올 여름은 코로나때문에 제대로 된 가족여행도 못 갔다.
엄마가 좀 속상해하시길래 둘이서만 호텔로라도 놀러가기로하고 갈 만한 곳을 찾아봤다.
난 돈이 없으니까 엄마돈으로 가야해서 너무 비싼 곳은 눈치가 보여서 말 못하고 적당한 곳으로 했다.
완전 처음 들어본 호텔이었는데 청계산 근처에 있는 오라카이 호텔.
인사동, 청계산, 송도 뭐 이렇게 있는 것 같은데
청계산 근처가 좋을 것 같아 여기로 결정했다.
조금 일찍 도착해서 호텔프론트에 짐을 맡겼다.
점심을 먹고 들어가려고 근처 식당을 찾아보고 들른 청계산 곤드레집.
호텔에서 한 십분?정도 걸으면 나온다.
아무 생각없이 왔는데 맛집인지 대기중인 사람이 많았다.
발열체크하고 QR코드까지 찍고 들어간다.
기대없이 들렀는데 슬슬 기대됐다.
기대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1인에 9,000원 곤드레밥 정식.
들기름인지 기름냄새가 너무 느끼해서 엄청 맛있진 않았다.
물론 싹싹 비우긴 했다.
된장찌개랑 먹으니 맛있었다.
7,000짜리 도토리묵무침(소).
땅콩가루를 좀 덜어내고 싶었다.
테라스 스위트룸.
체크인시간은 정확히 맞춰서 입장시키더라.
프론트에서 엄마와 나 둘다 코로나 관련 서류를 작성하고 또 발열체크하고 손소독한 뒤 방으로 들어왔다.
들어가자마자 문에서 보이는 방 전경이다.
오라카이 호텔 로비에는 일리카페가 입점해 있었는데
그래서인지 방에도 일리캡슐커피머신이 있었다.
캡슐은 두개씩.
저 빨간색 머신 갖고싶어서 이때 한참 검색중이었는데
사용해보고 구매의욕이 떨어졌다.
생각보다 커피맛이 좋지가 않았다.
이쁘긴 오지게 이쁘다.
왼쪽으로 세면대와 전면거울이 크게 있는데 사진을 잘랐더니 좁아보인다.
욕실이 엄청 크고 욕조도 큰 편이라 아주 좋았다.
우리 엄마 발.
(TMI:울엄마는 칼발. 나는 둥근발.)
사진에 보이는 테라스는 동향인지 다음날 아침에 햇살이 잘 들었다.
저 티비는 쇼파쪽으로도 회전이 돼서 어느 방향에서도 편하게 볼 수 있었다.
그치만 우리는 침대와 한 몸이 되어있었기 때문에 저 상태로 계속 고정.
빵순 워터마크로 가린 부분엔 내 양말이 널부러져있다.
발꼬랑내가 나는 것 같다.
저녁먹으러 나가기도 귀찮은 우리는 고민하다가
호텔 근처에서 초밥이랑 회를 포장해오기로 했다.
당연히 나 혼자 나갔다. 엄마는 욕조에서 나온 뒤 침대와 한 몸이 되어버렸다.
와라스시앤참치에서 샀다.
모듬회 30,000원에 초밥 12,000원.
샐러드,참치회무침,장국,반찬까지 알차게 포장해주셨다.
둘이 배부르게 먹었다.
엄마는 술을 매우 못 드시고 좋아하지도 않지만
그래도 뭔가 와인 한 잔 정도는 해야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가게 근처 이마트에서 G7 샤도네이 하프보틀을 사갔다.
거의 다 내가 마시고 엄마는 한 잔만 드셨던 것 같다.
이때 한참 왓챠 무료기간이라 미드보고 영화보느라 정신없었는데
여기 호텔에서 와이우먼킬을 정주행했다.
분명히 1화를 틀었는데 어느새 10화로 끝.
엄마랑 보기에 불편한 점 없이 재미있게 봤다.
멋쟁이 칼.
엄마는 보자마자 어우 느끼하게 잘생겼다! 이런다.
어디서 많이 본 배우인데 기억이 안난다.
드라마 정주행하고 느지막히 잠들어서 둘다 완전히 딥슬립했다.
엄마가 역시 나보다 일찍 깬다. 등산가자고 난리다.
우리 밥먹고 가자하며 조식을 얼른 시켰다.
코로나 때문에 내사랑 조식뷔페도 안하고 있단다.
조식 딜리버리 서비스로 대체.
엄마는 오믈렛, 나는 팬케익. 그리고 커피 두잔.
테라스에 예쁘게 차려놓고 맛있게 먹었지만
조식뷔페 가고싶었다.
청계산 등산코스.
어제는 옥녀봉까지 다녀왔고
오늘은 매봉정상을 가자는데 이 아줌마가 왜이럴까 싶었다.
그래도 사랑해 엄마.
당연히 정상까지는 못갔고 중간 쉼터에서 내려왔다.
젤다 야생의 숨결에 나오는 찌릿찌릿 버섯.
먹으면 전기내성이 3분동안.
바람따라 예쁘게 자란 소나무.
머리가 흩날리는 예쁜 긴머리 여자같다.
평일오전이라 그런지 사람이 많지 않았다.
그래도 답답한 마스크끼고 도심에 있다가
사람없는 산에서 마스크 벗고 숨쉬니 행복했다.
계획대로 휴가를 갔으면 더 행복했을텐데.
엄마랑 함께라면 어디든지 행복하긴 하지.
엄마 나랑 오래오래 많이 놀러다니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