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후기

아빠랑 곡성에서 화개장터까지 섬진강 자전거길 여행(21.04.02)

빵꾸순대 2021. 4. 8. 2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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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전 가을에 다녀온 섬진강 자전거 길이 너무 좋아서 아빠한테 여러 번 말했더니

이번에 그럼 같이 가보자고 해서 다시 다녀온 섬진강 자전거길.

자전거들고 기차타기 힘들어서 그 근처에서 빌리기로 하고 일단 몸만 내려간다.

영등포역 하이! 

새벽 5시의 영등포역.

다들 바쁘게 움직인다.

오래걸려도 무궁화호가 좋다.

기차 내부는 조용했다. 다들 마스크쓰고 졸고있더라.

음식물 섭취도 금지라 비닐 부스럭하는 소리 한 번 안 듣고 푹 자면서 곡성까지 왔다.

곡성역 도착!

날이 살짝 흐렸다.

비 예보는 토요일 오후부터로 나와있어서 그리 걱정하진 않았다.

...다들 자전거를 갖고 내린다.

나도 그냥 내 자전거 갖고 올걸...

이 생각을 하루종일 하게된다.

기찻길을 건너야 곡성역이 나온다.

 

 

아주 근사하게 꾸며져있다.

역을 나가니 아빠가 기다리고 있었다.

일단 내 자전거부터 렌탈하러 가야했다.

삼천리 자전거 곡성점에서 자전거를 렌탈했다.

3만원을 주고 다음날 같은 시간에 반납하기로 했는데 우리는 이 날 저녁에 가져다줬다.

혹시 섬진강에서 자전거를 좀 오래 탈 생각이라면 여기서 빌리지말고 본인 자전거를 들고 오는 걸 추천한다.

자전거를 너무 낡은 걸 줘서 중간중간에 계속 안나가서 혼났다. 심지어 손잡이에서도 자꾸 더러운 게 묻어나오고.. 자전거 타는동안 조금 속상했다.

인터넷에서 검색했을 땐 삼천리 자전거 전주점에서 많이들 빌리던데 거기는 좀 나은 것 같았다.

바로 타고 출발하려고 여기서 빌린건데 비추.

곡성역 앞에 있는 식당에서 아침 겸 점심을 먹었다.

이 땐 배가 안고파서 안 먹으려고 했는데 아빠가 꼭 밥을 먹고 출발해야한다고해서 억지로 먹었다.(선견지명)

밥을 다 먹고 나왔다.

식당 앞에 공터 겸 주차장이 아주 넓어서 차를 대놓고 잠깐 자전거를 정비한 후에 본격적으로 출발했다.

날이 조금씩 맑아졌다.

미세먼지 수치도 낮았고 날도 적당히 따뜻해서 출발 전부터 기분이 좀 좋아졌다.

그치만 섬진강 자전거길 시작점을 못찾아서 한참을 헤맸다.

 

 

드디어 표지판을 찾았다!

뒤로 보이는 하늘과 산이 예뻐서 사진을 찍었는데 지금 보니 쓰레기장이었네..^^;;;

진짜 출발!

날이 너무 좋다. 

봄이 아니고 거의 초여름 수준의 날씨와 풍경.

아주 멋지게 라이딩하는 아빠의 뒷모습.

길 옆으로 보이는 산과 들이 연두색이 아니라 초록색이다.

 

 

여기는 살짝 구름이 꼈었네.

잠시 자전거 세워놓고 휴식.

앞 쪽에서는 공무원들이 강 수위를 재고 있었다.

20년도 여름에 비가 많이 와서 물난리가 크게 났었는지 화개장터까지 가는 동안 길이 중간중간 끊겨있었다.

나무도 막 뽑혀있구. 흙도 다 무너져있구.

아빠 뒷모습 사진 백만장.

벚꽃은 거의 다 지고 길에 남은 꽃잎들이 날리고 있었다.

커피 한 잔 하며 다시 휴식.

편의점 앞은 공사중.

산불조심 깃발이 펄럭펄럭.

 

 

재작년 가을에 왔을 때 여기 부근에서 다슬기 수제비를 먹었다.

그 땐 임실에서 출발했어서 이 쯤 왔을 때 점심먹을 시간이었는데 이번엔 곡성에서 출발했으니 그냥 패스.

한참을 가다가 유채꽃이 많이 피어있는 곳에서 다시 땀을 식혔다.

사진으론 구름이 많아 흐려보이지만 실제로는 맑았다.

구례구역에 도착했다.

바로 앞에 회전교차로가 있어서 차조심해야한다.

마을 길로 들어와서 잠깐 길이 헷갈려서 헤맸다.

다시 길을 찾아서 슝슝.🚲

다리 옆으로 커다란 나무가 마을을 지키고있다.

아마 여름엔 다들 이곳으로 나와서 더위를 피하는지 다리 아래에 평상이 있고 근처에는 수돗가와 벤치도 있었다.

평상은 못 지나치지.

 

 

둘다 드러누워서 한 이십분 멍하니 있었다.

누워서 보이는 시야를 사진으로 찍었는데 넘모 힐-링.

고개를 올리면 보이는게 나무와 하늘이라니.

이 곳을 지나니 갑자기 엄청나게 정돈된 길이 나왔다.

봄봄한 개나리들이 담장 너머에 예쁘게 펴있고 강가쪽으로는 대나무가 심어져있는 길.

이런 길이 있는 줄은 처음 알았다.

예전엔 강 건너편 길로만 갔었어가지고.

나라에서 신경을 많이 썼는지 포토존이나 벤치, 조경을 엄청 예쁘게 해둔 곳이었다.

산책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날이 좋아서인지 다들 행복한 표정이었다.

길가에 있는 나무들의 가지 끝엔 새순이 파릇파릇.

작은 다리.

아마도 각문교였던 것 같은데.

 

 

앞으로 보이는 풍경이 모두 그림같았다.

아빠는 여전히 앞서서 씽씽 달리고 있었다.

나는 뒤에서 흐느적흐느적.

구름이 거의 걷혔다.

날이 더 맑아졌다!

예전에도 지나가면서 봤던 섬진강 어류 생태관.

지금만 운영을 안하는 건지 폐관한 건지 건물이 다 불이 꺼져있었다.

종종 다른 라이더들이 지나쳐갔다.

엄청 빠른 속도로 인사하고 지나가고 눈앞에서 금방 사라졌다.

짱이었다.

지난번엔 공사중이었던 장구모양 화장실.

이번에는 지나쳤다.

급할 땐 닫혀있더니 웃겨 증말.

 

 

장구가 아니라 엉..덩이..같아...

짱구 엉덩이....

굽이굽이 산을 보면서 코너를 돌면

자전거 전용 도로가 끝나고 차도 옆을 달려야 할 시간이 왔습니다.

중간 중간에 화장실이 많다.

네? 곰이요? 여기서요?

지리산 반달곰 조심!

 

 

아빠 같이가...

놓고 가지마..여기 곰 나온대...

사라진 아빠를 찾습니다.

와중에 벚꽃나무 아래를 지나가며 감탄.

차 안오길래 슬쩍 한 컷,,찍어보앗읍니다,,,,홀홀,,,,

배고파서 쓰러지기 일보직전에 나타난 한줄기 빛!

남도대교 거의 다 와가면 있는 와플트럭.

와플 하나요 빨리요..

 

 

허겁지겁 뚝딱했다.

아빠는 옆에서 파는 막걸리 한 잔만 하자고 계속 그러는데 안된다고 했다.

이따 운전해야하는데 막걸리가 머선말이고!

남도대교 인증센터랑 화장실이 있었던 곳인데 지금은 공사중이었다.

돌아돌아

인증센터는 건너편 구석에 옮겨져있다.

남도대교!

 

 

얼른 식당부터 찾자.

화개장터 바로 앞에 있는 향미가든으로 갔다.

재첩정식.

1인 15,000원.

진짜 게눈 감추듯 해치웠다.

먹는 걸 해치웠다고 표현하는 건 별로 안좋아하지만 이 때는 정말 말 그대로 해치웠다.

재첩정식 해치우고 화개장터 구경중.

여전히 볼 게 없다.

 

 

간식이나 하나 사먹을까 하다가 수수부꾸미가 있어서 한 개씩 사먹었다.

밀가루 반죽 맛만 나던 수수부꾸미.

먹다가 버리고 싶은 정도의 맛이었다.(그래도 다 먹음.)

화개장터를 지나면 바로 작은 다리가 하나 나오는데 그 건너편에 화개 공영 버스터미널이 있다.

내가 지금까지 본 버스터미널 중에 가장 작았다.

화개 터미널 버스 시간표 최신판.(21.04.02)

창구 직원분한테 버스에 자전거가 실어지냐고 물어보니 잘 모르겠다고 버스가 오면 기사님한테 물어보라고 했다.

되는 버스가 있고 안되는 버스가 있다고.

마을버스처럼 작은 버스도 오고 큰 고속버스도 오던데 큰 버스에는 자전거를 실어주는 것 같았다.

그치만 아빠가 어차피 구례까지 가서 다시 기차타고 곡성을 가느니 그냥 여기서 한번에 택시타고 가자고 했다.

화개공영버스터미널.

밑에 양자강 간판이 더 큰 것 아닌가요.

 

 

버스터미널에서 조금만 옆으로 가면 있는 개인택시에서 택시를 잡았다.

티맵 택시로 찍어보니 화개장터에서 곡성역까지 예상 택시요금이 6만원~7만원 정도던데

가게 안에 있던 택시기사님이랑 얘기해서 현금 7만원에 가기로 했다.

일반 택시에는 자전거를 두 대 실을 수가 없어서 트럭을 가지고 올테니 거기에 타라고 했다.

일반 포터였는데 아빠랑 둘이 끼어서 가느라고 좀 힘들었다.

꾸벅꾸벅 졸면서 4,50분을 가니 곡성역에 도착했다.

아까 공터에 대놨던 차로 가서 다시 자전거를 싣고 자전거 반납하러 쇽쇽.

가게에 다시 도착하니 남자 사장님은 안 계셨고 여자분이 계셨다.

자전거 반납하러 왔다고 하니 알겠다고 앞에 그냥 두면 된다고 했다.

잘 타고 왔냐고 물으시던데 자전거가 좀 안나간다고 말했더니 '아이고 어떡해' 하며 안타까워 하셨다.

그래도 무사히 잘 놀다 왔으니 별로 불만은 없지만 아빠는 그거 니가 돈을 받고 탔어야 할 자전거라며 웃었다.


아빠랑 처음으로 같이 자전거를 탔는데 너무 즐겁고 행복했던 하루였다!!

한가지 아쉬운 건 자전거 타는 동안 내가 자꾸 뒤쳐져서 아빠가 맘껏 못 탄 것 같아 신경쓰였다..

다음에는 더 열심히 연습하고 가서 더 많이 탈 수 있길!

아빠와 무언가를 같이 하며 시간을 보내는 일이 나이를 먹어가며 점점 줄어서 속상했는데 이렇게 경치 좋은 곳에서 함께 자전거를 타고나니 기분이 좀 나아졌다.

가족들끼리 좋은 데 놀러가서 구경하는 것도 좋지만 이렇게 같이 운동을 하며 시간을 보내는 것도 좋은 것 같다.

자주 같이 다니자 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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